"자연은 위대하다. "

백두대간 6차 산행은 구룡령에서 진고개까지 1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새벽 4시, 백두대간 종주팀을 비롯한 31명은 구룡령 도착을 앞두고 아침식사를 위해 예약해 둔 식당에 들렀다. 강원도 된장국과 정갈한 나물류에 자다가 일어나 사람같지 않게 밥 한 그릇을 모두 비웠다. 혹자는 맛있다며 추가 주문도 했다. 또 혹자는 먹지 않으면 쓰러질 정도라 어쩔 수 없이 밥을 먹는다고 하지만, 식사는 '진수성찬' 이상이었다.

강원도 홍천과 양양을 가르는 구룡령 들머리에 선 것은 5시 30분경. 밤 하늘에는 북두칠성을 비롯한 책에서나 한번씩 보았던 수 많은 별자리들이 일행을 반겼다. 쌀쌀한 날씨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왔다. 모두들 준비체조와 화이팅 구호를 앞세운 산행은 시작되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질주했다. 새벽 어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앞 사람의 발 뒷굼치만 쳐다보며 전진 또 전진이었다.

1차 목표지점은 1306M의 약수산이다. 가파른 경사길을 산행팀은 내달렸다. 오르면 오를수록  새벽 찬 바람은 더욱 강력해 졌다. 가쁜 호흡을 하고 도달한 약수산의 정상을 벗어나자 동해의 일출이 우리를 반겼다. 서서히 밝아지는 대지에는 가을 단풍은 온데 간데 없고 떨어진 낙엽들만 뒹굴고 있었다.

응복산 1360M, 산 능성을 타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온 천하에 가을 단풍은 없고, 발에는 바스락 거리는 낙엽들과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초 강력 태풍과도 같은 세찬 바람만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이렇게 추울수가. 정말 춥네, 창원에서는 최소 한 겨울이나 되어서야  느끼는 추위가 앞을 끊임없이 막고 섰다.

아침 5시 창원을 출발한 34명의 희망산행팀원들과 합류하기로 한 지점은 오대산 1421의 두로봉 정상.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된 산행은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두로봉 정상에 이르렀다. 그리고 준비한 꿀맛 같은 점심. 두로봉 정상에서의 바람은 더욱 거셌다. 잠시를 서 있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렵사리 식사가 끝나갈 무렵 후발로 출발한 34명의 일행들이 두로봉에 도착을 했다. 반가웠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식사를 했다. 모두가 한 팀이었다. 출발 후 15KM 지점의 두로봉에서 마지막 동대산 1433M까지는 급하강 후 급경사를 다시 타야 한다. 남은 도상거리 약 8KM.

조금씩 피로감이 몰려 올 때다.

두로봉 하산을 하고 동대산을 오르는 길은 산 넘어 산이었다. 갑자기 날씨는 먹구름으로 뒤덮히더니 이내 빗방울이 뚝뚝 내린다. 여기저기 주목나무도 보이고 길은 좁은 외길로 나선다.

산행의 최고봉인 동대산에는 안개와 비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비로봉에서 동대산으로 향하는 길은 끊없는 길이다. 가도가도 끊이 없었다.

일행은 사장님을 모시고 기원제를 지냈다. 설악산 구간의 성공 종주와 앞으로 남은 구간의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축원이다. 산신령도 우리의 이런 정갈한 마음들을 살펴 백두대간 종주 산행이 4년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끝낼 수 있기를  돌봐 주실 것이다.

동대산에서 진고개에 이르는 길은 급경사 그 자체다. 계단에서 계단으로 끝나는 짧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하산에서 미리 준비해 온 두부 국물에 얼은 몸으로 녹이고 기울이는 막걸리 한 잔에 산행의 피로감은 일순간 누그러 든다.

백두대간 종주, 정말 어렵고 힘들다. 무슨 산이 이렇게도 많은지.

산행을 하면서 내내 이런 생각에 사로잡혔다.산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당신은 왜 백두대간에 갑니까?"라고 물으면,

"첫번째는 '호기심', 두번째는 '고통분담'하러 갑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백두대간=고통분담' , 이 괴이한 방정식에 내내 사로잡혀 있었다. 다리는 무겁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가며, 단순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굳이 이 길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몸에 적당히 맞는 수준의 운동이 도움 될 것이다.

백두대간은 고통분담이라는 대의적 차원 이상의 심오한 깨달음이 있다. 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은 누구보다 먼저 그 고통과 시련에 맞서 이를 극복해 내려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있다.  매서운 날씨와 비구름에 맞서 어연하게 종주에 성공한 65명의 산행팀원들과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으로 성원을 보내준 모든 S&T가족들과 백두대간의 의미를 다시한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