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각이 오전 4시라 늦어도 3시에는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새벽에 몇 번이고 일어나 시계를 보았다. 지난 3일 오전 4시 창원에서 출발한 종주팀은 2시간여를 달려 경북 상주시 내서면과 화서면을 잇는 25번 국도상의 화령재에 도착했다.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의 23차 산행 화령재∼윤지미산∼신의터재∼지기재(15.2㎞) 구간은 백두대간 가운데 고도가 가장 낮은 중화지구대로 해발 250~350m의 야트막한 야산이 많다. 구간 최고봉인 윤지미산의 해발이 538m로 출발지인 화령재(320m)에서 200m 남짓 오르면 될 정도로 고도가 낮은 구간이다. 이번 산행에는 종주팀 외에도 140여 명의 S&T그룹 임직원이 함께했다. 평소보다 3배 이상 많은 인원이 참여하다 보니 새벽을 가르는 긴 행렬이 장관을 이루었다.

화령재에서 윤지미산까지는 오르막 코스지만 고도차가 많지 않아 힘들지 않았다. 마루금 주변으로 밭과 농로 등이 한눈에 잡힐 듯 가까이 있어 동네 뒷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화령재에서 출발해 청원∼상주 고속도로 터널 위를 따라 조금 걸으면 임도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윤지미산에 오르는 등산로가 나온다.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에 구간 최고봉인 윤지미산에 올랐다.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초라할 정도였으나 정상 부근은 비교적 넓은 공간으로 많은 사람이 쉬어갈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산 이름의 유래가 궁금했다. 언뜻 보기에는 사람 이름 같았지만, 내용은 완전 달랐다.

윤지미산은 '세상을 포용하고, 두루 알아맞히고, 인생 전반을 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뜻대로 한다면 도인이나 신선이 된다는 뜻인데 아무튼 의미 있는 산 이름이다.

여느 때 대간 종주 산행보다 대원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아직 봄기운이 찾아오지 않은 대간 마루금은 초겨울 분위기가 느껴진다.

윤지미산에서 437.7m봉 쪽으로 서서히 돌아내려 가다 보면 비석이 있는 묘지가 나타나고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무지개산(437.8m) 삼거리가 나온다.

무지개산은 대간 마루금을 살짝 비켜나 있다. 특별히 경관이 뛰어난 곳도 아니어서 종주팀은 무지개산에 오르지 않고 마루금을 따라 내려섰다. 마을과 가까운 탓인지 등산로 주변에는 유난히 묘지가 많다.

329.6m봉을 넘어 완만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소나무와 낙엽송이 무성한 곳을 지나게 된다. 상주시 화동면과 내서면을 잇는 2차로 지방도가 있는 신의터재(280m)에 닿았다. 신의터재에는 의사(義士) 김준신 유적비와 길 건너에는 낙동강과 금강 분수령 표지판이 있다. 예전에는 어산재라는 표석이 세워져 있었으나 1995년 민족정기 회복운동의 하나로 옛 이름인 신의터재로 명명했다.

신의터재에서 목적지인 지기재까지는 4.55㎞로 1시간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180여 명이 산행에 나선 까닭에 시간이 더 소요됐다.

신의터재에서 마루금은 남서쪽으로 오른다. 큰 철탑에 이르고 임도를 거쳐 숲 속으로 들면 마루금은 오른편으로 휘어져 올라간다. 묘를 지나 완만한 능선길을 넘어서면 안 쑥밭골과 바깥 쑥밭골 사이의 전답지대 논두렁 대간 길을 만나게 되고 길 건너 숲 속으로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작은 암릉이 보인다.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오르고 내리면 비교적 큰 암반으로 된 등산로가 나타난다. 여기에선 계속해서 내리막과 평지가 이어진다. 지기재 1㎞ 정도 못 미쳐 산길이 끊긴다. 개인 소유지라는 이유로 길을 막아 농로를 따라 10분 정도 더 가면 지기재에 당도하게 된다.

이번 산행은 지금까지 지나온 구간 가운데 가장 쉬운 코스였다. 정상적인 산행 속도라면 4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였으나 5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산 정상서 내려놓은 욕심

S&T 중공업 남봉순 대원

어제 꾸린 배낭을 챙기고 새벽 4시에 산행길에 올랐다. 개인사정으로 승용차편으로 화서 IC까지 이동, 거기서 백두대간 버스를 탔다. 새벽 기온은 영상 2도. 화령재는 아직 겨울을 붙잡는 듯하다. 살갗을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손끝이 시려 온다. 화령재∼지기재 구간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고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다. 알고 왔다는 듯 이번 산행에는 대거 신청자가 몰렸다. 176명이 함께하기에 안성맞춤인 구간이다. 쉬운 코스라도 대규모 인원이 산행에 나설 때는 종주대원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행여 부상자를 업고 산행하는 일이 없도록 천지신명께 먼저 빌었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백두대간 마루금을 굽이굽이 이어간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오늘의 최고봉인 윤지미산. 앞만 보고 걷다가 산정상에서 잠시 나를 되돌아본다. 일상에서 채우려 했던 수많은 욕심과 이기심 그리고 탐욕…. 후회가 밀려온다. 어느덧 정오에 다다르자 산행에도 탄력이 붙는다. 길게 늘어선 산행행렬은 정말 장관이다. 산등성이, 논밭을 지나 지기재까지 단숨에 달렸다.

도착시각은 오후 2시경. 성공적인 23차 산행을 마치며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길 때 이루어지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도 무사산행의 구간완주를 기념하며 "We can do it, 파이팅!"을 힘차게 외쳐본다.

평생 잊지 못할 젊은 날의 하루

S&T 중공업 김영철 씨 아들 진우 군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백두대간 산행에 함께 가자는 전화였다.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아버지와 둘만의 긴 시간을 갖고 싶었던 터라 흔쾌히 'OK'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근육 테이핑을 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출발한 백두대간 산행. 산행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 코스다. 산언덕을 조금씩 오를 때마다 숨이 거칠어진다. 아버지의 격려와 든든한 말 한마디에 힘을 내서 오를 수 있었지만 그보다는 회사 동료분에게 든든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올랐다. 6시간 반의 산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을 했을 때의 그 뿌듯함과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특히 대자연 속에서 아버지와 함께한 점심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스스로 자랑스러웠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마음속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또 산행의 기회를 준다면 아버지와의 다시 한 번 백두대간에 오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랜만에 느꼈던 봄 햇살, 푸른 하늘, 풀내음, 상쾌한 바람…. 평생 잊지 못할 젊은 날의 하루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가족처럼 이것저것 챙겨주시던 S&T중공업의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백두대간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