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령 ∼ 눌의산 ∼ 괘방령(10.89㎞)

백두대간 산행 일정을 잡아놓고 이번처럼 걱정을 많이 한 구간도 없었던 것 같다. 이번 구간은 지난 8월 14일에 일정을 잡았다가 날씨 관계로 연기되었던 구간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날씨가 사람마음을 애타게 한다. 일기 예보는 주말에 전국에 걸쳐 집중호우가 내릴 것으로 계속 보도됐다.

지난 11일 오전 5시 88명을 버스에 태우고 27구간(추풍령∼괘방령) 산행에 나선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2시간여를 달려 산행 시작점인 추풍령 고개에 도착했다. 날씨가 심상찮았다. 천둥·번개 소리와 비를 피해 종주팀은 비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다리 밑으로 모였다. 가볍게 체조로 몸을 풀고 나서 종주팀장의 안전산행 당부에 이어 "We can do it" 구호를 다 함께 따라 외치고 7시 30분 산행을 시작했다. 갑자기 빗줄기는 더 세졌다.

이곳 추풍령은 충북 영동군 추풍령면과 경북 김천시 봉산면의 경계지역이면서 백두대간 주능선에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고 번화한 고개로, 고갯마루 도로의 오른쪽에 화강암으로 된 추풍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고 하단부에 가수 남상규가 부른 추풍령 노래 가사가 새겨져 있다.

산행기점은 예전에는 경부선 철길을 가로 질러 넘어서기도 했으나 이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 철망이 쳐 있어 북쪽 추풍령면 4호선 국도를 따라 500m 정도 가다 보면 삼거리 은편마을 입구 1.5㎞ 표지판 앞에서 왼쪽 철길 지하도를 들어간다. 지하도 인도가 빗물에 많이 미끄럽다.

접속구간을 500m쯤 임도를 따라 걸어가는데 포도밭에 탱글탱글 여문 포도송이가 비를 맞아 먹음직스럽게 시선에 들어왔다. 추풍령에서 처음 오른 눌의산은 743.3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막 경사가 제법 힘들게 했다. 비옷을 걸치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비옷 안팎으로 비와 땀이 연방 흘러내렸다. 거기에 내리는 비는 산길 미끄러움을 한층 더해 종주팀을 힘들게 했다. 특히 이런 날은 촬영팀에게는 고역이다. 빗줄기가 더 거세지는 느낌이다. 오늘 우중산행 한번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름에 우중산행을 해야 추억에 남는다고 한다.

비 때문에 쉬는 것도 마음대로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오르막을 오르다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편히 엉덩이를 붙일 수도 없어 잠시 서서 숨 고르기만 할 뿐이었다. 다들 그래도 햇살 내리쬐는 한더위보다는 낫다고들 하면서 하늘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눌의산 정상을 얼마 남겨두고 헬기장에서 산행팀 모두가 목을 축이고 장비를 챙겼다. 다들 등산화가 진흙탕에 빠진 듯 엉망이었다. 3㎞를 넘게 걸어온 눌의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장군봉을 향해 바로 출발하였다. 장군봉에서 기원제를 지낼 계획 때문이었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산행길에 비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했다. 산행팀 모두 잠시 쉬는 시간에 비옷을 벗었다. 비옷 안쪽은 통풍이 되질 않아 전부 땀 범벅이었다. 비가 그치자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젖은 옷을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눌의산의 '눌의'는 눌하다 혹은 더디다는 뜻으로 추풍령을 사이에 두고 충청도와 경상도의 양쪽 교류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간 길은 눌의산에서 남서쪽으로 상당히 미끄러운 급경사 길을 한참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오르막은 바닥이 젖어 상당히 미끄러워 진행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렇게 10여 분 올라서니 장군봉(606m)이다. 우리 종주팀은 이곳 장군봉에서 S&T 창업 31년 기념과 발전, 종주팀의 무사 산행을 기원하는 기원제를 올렸다. 가성산으로 향하는 대간 길은 한참 동안 잡목 숲으로 이어지고 이름 없는 봉우리를 하나 오르내린 후 오르막 급경사 길을 한참 올라간다. 박광호 등반대장은 "이곳만 올라서면 더는 힘든 구간이 없다"며 가파른 오르막을 힘들게 오르는 대원을 위로해 보지만 그 말을 믿는 대원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온몸에 땀을 흠뻑 적시자 가성산(710m)에 이른다. 정상은 시멘트로 포장된 20여 평의 사각 공터로 되어 있고 남쪽으로 황악산과 북쪽으로 방금 지나온 장군봉과 눌의산이 눈앞에 펼쳐진다. 또한, 저 멀리 김천 시내가 바라보인다. 이제는 괘방령까지 하산 구간만 남았다. 후미에 남아있던 대원이 배낭에서 먹을거리를 꺼낸다. 통닭, 튀김, 전어회, 시원한 막걸리 등. 산에서 먹어본 전어회 맛은 정말 특별한 맛이다. 힘들게 준비해온 윤두한·임재복 대원에게 감사드린다.

가성산을 출발해 한동안 내리막길을 내려서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다가 보니 마을로 내려가는 사거리 갈림길을 지난다. 오르막 내리막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다시 사거리가 나오고 왼쪽 바로 옆에는 공장 같은 건물이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봉우리를 넘는다. 418m 봉우리를 넘으면 임도 4거리가 나오고 이어서 괘방령(330m)에 내려선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88명 종주팀 대원 모두 무사하게 완주한 것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사랑 충만했던 산행

황미숙(S&T중 김상택 대원 부인)

과연 말로만 듣던 백두대간 산행을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편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남편 동료분이 너무나 반갑게 맞아 줬다.

산행 출발지에서 우의와 배낭을 챙기고 준비운동을 했다. 국민체조는 학교 졸업 후 처음이라 혼자 틀리면서 웃곤 했다.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남편 회사의 사장님, 동료분과 함께 산행한다는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었다. 출발 소리와 함께 또 걱정이 밀려왔지만 최선을 다했다.

비는 오고 우의 속에서 땀은 참고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괜히 왔나 후회도 했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백두대간의 또 다른 묘미에 흠뻑 젖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나무뿌리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남편은 나의 민망함을 달래고자 무엇을 주웠느냐고 물었다. 빙그레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에선 사랑과 행복을 주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웠다. 마침내 종착지에 도착하자 완주 성공 카메라 세례가 이어졌다. 동료와의 힘든 산행 속에서 사랑의 힘이 정말 크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아들, 건강한 군복무 기원

S&T중공업 차창환 대원

산행 전에 작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작은아들의 군 입대를 앞두고 아내가 점점 우울해졌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아내와 동반 산행을 계획했다. 이번 구간은 비 때문에 2번이나 산행을 연기한 구간이다.

산행 당일도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출발지인 추풍령에는 비와 천둥,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백두대간 정신으로 한번 도전해 봅시다"라는 종주팀장의 격려에 용기를 얻고 아내와 힘차게 산행을 시작했다.

첫 봉우리인 눌의산 정상을 향한 2시간은 세찬 비바람에 깔딱고개를 넘어야 하는 힘든 코스였다. 신기하게도 눌의산 정상에 도착하자 비가 멈추고 바람까지 선선해졌다.

장군봉에서는 기원제를 지낼 만큼 더없이 좋은 날씨로 변했다. 기원제를 지내면서 아내와 아들의 건강한 군 복무를 빌었다.

이번 우중 산행은 88명 모두가 'We can do it!'의 도전정신으로 구간 종주를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S&T의 모든 사원이 남은 구간에 꼭 참가해 나와 같은 성취의 기쁨을 만끽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