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구간 싸리재 ∼ 저수령 ∼ 벌재 (13.18㎞)
 
이번 28구간 산행은 지난여름의 아픈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간이다. 지난 8월 28일 종주팀은 종주 산행 최초로 죽령∼벌재 구간 1박 2일 비박 산행을 감행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기상 이변으로 당초 계획을 접고 하산한 구간이다. 따라서 이번 28구간(싸리재∼벌재) 산행은 26구간의 마침표를 찍는 의미가 있다.

지난 16일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어둠을 가르며 오전 7시께 산행 출발점인 충북 단양군 대강면 남조리 단양 유황온천 입구에 도착했다. 60여 종주대원은 박광호 등반대장의 산행안내에 이어 가벼운 맨손체조로 몸을 풀고 입산했다. 이 구간 시작점인 싸리재까지 2.7㎞를 올라야 한다. 산 초입에 들어서자 흐드러지게 핀 가을꽃 향기가 싱그러웠다. 지난 9월 11일 산행 이후 오랜만에 찾은 산은 역시 푸근했다. 여기다 잇따른 수주 낭보에 종주팀 얼굴도 생기가 넘쳤다.

26구간 산행에 참여한 종주 대원은 싸리재까지 이 구간을 오르며 급격하게 소진된 체력에 비까지 내린 탓에 하산길이 무척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바위 너덜지대는 피로감이 다른 길보다 두세 배 이상이기에 초반부터 가쁜 숨을 몇 번씩 몰아 쉬었다. 그러나 중간 중간 만나는 단풍이 탄성을 지르게 했다. 산행 시작 1시간 20분 만에 싸리재에 올랐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간 산행이다.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오르막이 이어진다. 배재까지는 40여 분 정도로 발 아래 가을 풍경이 넉넉하게 펼쳐졌다.

배재에서 시루봉(1110m)으로 가는 길은 시작부터 급경사길이다. 1시간 정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산행 시작 3시간여 만인 10시께 시루봉에 올랐다. 이번 산행의 분기점인 저수령까지는 촛대봉(1081m)을 거쳐 대략 1시간이면 넉넉하다. 정상에 촛대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촛대봉에서 바라보면 멀리 도솔봉과 소백산의 웅장한 모습이 아련히 다가온다. 종주팀보다 먼저 저수령에 도착한 하도생 부대장과 김만출 대원이 정성껏 마련한 어묵국으로 점심을 마친 종주팀은 문복대(운수봉·1077m)를 거쳐 목적지인 벌재까지 6.6㎞ 산행에 나섰다.

경북 예천군과 충북 단양군을 잇는 고갯마루인 저수령(低首嶺)은 경사가 아주 급해 이곳을 지나는 길손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점심을 먹은 종주팀은 서쪽 등산로를 따라 옥녀봉을 거쳐 문복대에 올랐다. 문복대에서 돌목재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내리막으로 힘들지 않지만 편한 길은 아니다. 돌목재에서 벌재에 이르는 구간은 경사가 매우 심해 특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823봉을 넘어 벌재로 향하는 내리막 구간은 지루할 정도로 길다. 자칫 길을 잘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나뭇가지에 매달린 시그널을 따라가면 큰 힘 들이지 않고 벌재에 당도한다. 산행 시작 8시간(점심시간 포함) 만인 오후 3시에 28구간 산행을 마쳤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단풍에 취해 가벼운 발걸음

                                                                             S&T모터스 이현우 대원

새벽 4시에 버스에 몸을 맡겨 도착한 단양온천, 새벽부터 이슬이 풀잎 사이로 촉촉이 맺혀있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니 보슬비가 조금 내리기 시작했다. 노심초사했는데 금방 날씨가 쾌청해졌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이 도심생활에 찌든 세속이 한 꺼풀씩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거리며 맺힐 즈음 시야가 트이는 싸리재에 올라섰다. 산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가을 경치가 그야말로 멋진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 놓은 듯하였다. 발길을 배재로 향해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쭉쭉 뻗어 오른 잣나무들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또한,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단풍 사이로 산행대원들의 긴 행렬이 얼마나 보기 좋았는지 힘들지만 마음 뿌듯함을 느꼈다. 끝없이 휘돌아가는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이 얼마인지 짐작도 못 할 즈음 저수령에 도착했다. 힘들고 어려움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S&T맨이라고 생각한다.

촛대봉을 거쳐 오미자 군락지와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자 최종 목적지인 벌재라는 간판이 보였다. 땀 흘리고 나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하나 된 끈끈한 동료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을

                                                                             S&T중공업 이흥순 대원

언제나 그렇듯 집을 나서는 마음은 항상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있다. 잠 설치며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겨준 마누라한테 미안하고 고맙기만 하다. 산행지에 도착하니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가을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경치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시골 청정함이 그대로인 듯하다. '여러 나라 다녀 봐도 이만큼 좋은 공기가 없다'는 종주팀장의 말씀과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당부에 동감하며 산행 출발이다.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고개 돌려보니 자연 그대로인 청정수 같고 간간이 단풍들은 자연경치야말로 오르는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하는 듯하다. 계속된 오르막길에 숨도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온몸을 적시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행길은 어릴 적 가을소풍 나온 듯 마냥 즐겁다.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애틋한 동료애를 느껴본다.

힘겹게 오르는 길이지만 가을 단풍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산길이기에 힘들지만 느낌만은 최상이다. 힘들게 오른 길을 보상이라도 받는 느낌이다. 촛대봉에서 큰 숨을 내 몰아쉬며 사방을 내려다보니 곱게 물든 단풍 경치야말로 나의 표현력으로는 어떻게 형용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