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은 지난 18일 경북 김천 우두령∼석교산∼삼도봉(13.09㎞·접속구간 1.36㎞ 포함)을 다녀왔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눈(雪)이었다. 평소 눈 구경이 쉽지 않은 탓에 겨울 산행의 진수인 설산(雪山)은 많은 추억을 만들게 했다. 여느 때처럼 이른 새벽을 헤치고 달린 버스는 목적지에 다다를 쯤에 예상치 못한 눈길을 만나 조심스럽게 산행 들머리인 우두령(질매재·720m)에 도착했다. 지난 며칠 계속된 한파에 날씨 걱정이 많았지만 모두의 소망에 화답이라도 하듯 푸근했다.

오전 8시 30분 박광호 등반대장을 선두로 52명의 종주팀은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방한 장갑에 스틱까지 갖추고 우두령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한발씩 나아갔다. 매일유업 김천농장을 지나 경사길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했다. 딱 일 년 만에 우두령을 다시 찾았다. 2009년 12월 19일 제19구간(궤방령∼황악산∼우두령) 종점이 우두령이었다. 거센 눈보라와 혹한에 고생한 대원에겐 우두령이 쉽게 잊히지 않는 곳이다. 특히 '백두대간 종주 1000리 돌파'라는 의미를 담는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다행스럽게 날씨가 따뜻하고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발목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 때문에 산행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일 년 전과 비교하면 이번 설산은 비단길이었다. 산행 들머리에서 구간 최고봉인 석교산(1207m)까지 3.55㎞ 구간은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산행 시작 1시간 30분 정도 지나 눈이 덮여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비교적 넓은 헬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서 구간 최고봉까지는 그리 멀지 않지만 급경사 내리막길과 완만한 경사길을 올라야 한다. 산행 2시간 20분 만에 구간 최고봉인 석교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이 정상임을 알리는 '백두대간 석교산 1207m'라는 표지석과 잠시 눈을 맞추고 바로 아래 비교적 넓은 공터에서 종주 대원과 함께 눈밭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눈밭에 누운 30여 명의 종주 대원의 표정이 아이처럼 해맑았다. 석교산에서 1175봉까지는 급경사 내리막길과 거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지나야 한다. 특히, 1175봉 바로 아래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종주팀의 안전을 위해 먼저 자리 잡은 하도생 부대장, 김상유·차창환·남봉순·정연억 대원이 마지막까지 길을 안내했다. 이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종주팀은 무탈하게 산에 오를 수 있었다. 1000m 이상 고봉 산행은 930m 밀복재까지 떨어진다. 밀복재에서 구간 종점인 삼도봉까지는 대략 3㎞이지만 밀복재를 가리키는 이정표엔 2.85㎞로 적혀 있다.

여기서 잠시 'S&T 백두대간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밀복재에서 삼미골재(1010m)까지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길을 올랐다. 해발 고도 1000m가 넘는 삼미골재에 누구를 위해 설치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헬스기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정표엔 삼도봉 0.9㎞, 석기봉 2.3㎞라 적혀 있다. 삼도봉까지 1㎞ 남짓이지만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마지막까지 가쁜 숨을 쉬며 올라야 한다.

드디어 구간 최고봉인 삼도봉(1178m) 정상에 올랐다. 백두대간에는 모두 3곳의 삼도봉이 있다. 종주팀은 두 번째(지리산 삼도봉 제외) 삼도봉에 오른 것이다. 삼도봉은 충북, 경북, 전북의 꼭짓점으로 정상엔 지역갈등 해소와 화합을 염원하는 대화합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 잠시 기념촬영을 한 후 종주팀은 서둘러 해인동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삼도봉에서 오른쪽으로 석기봉과 민주지산이 이어진다. 종주팀은 해인리까지 지루한 내리막길을 한참이나 내려갔다. 산행 시작 9시간이 지나서 종주팀을 태우고 갈 버스에 올랐다.

이번 산행은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난 산행이었다. 눈 산행과 함께 동료와 함께 먹은 청어 과메기가 일품이었다. 조용만 부팀장이 준비한 청어 과메기의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S&T중공업 오동교 대원

완주를 목표로 도전은 계속된다.

산행 들머리에 도착하니 무릎 깊이가 넘어갈 정도로 눈으로 뒤덮여 겨울 산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바람 없이 따뜻한 날씨 덕분에 겨울 산행치고는 횡재한 기분이었다.

종주팀 선발대원이 쌓인 눈을 걷어내고 길을 만들어준 수고 덕분에 그나마 힘을 덜 수 있었다.

모두 서로 의지하며 오르는 길은 믿음으로 하나가 되어 안전한 산행으로 이어졌고 휴식시간에는 청어 과메기와 정성껏 준비한 간식을 나누며 피로도 씻었다.

설산의 환경적인 영향으로 산행은 원래 예정시간보다 훨씬 넘겨 10시간가량 소요되었다. 하산을 하니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2010년 마지막 산행은 생각과는 달리 그동안 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구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모든 백두대간 산행구간이 다 그렇겠지만 그 어느 구간도 평범하고, 만만한 구간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 그리고 도전하여 그 꿈을 이룬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S&Tc 박정란 대원

뜨거운 사람과 함께한 차가운 설산의 백두대간 종주. 그동안 해왔던 등산만을 생각했던 나로서는 '백두대간 종주'로 적혀있는 '종주'의 의미를 30㎝가 넘는 눈이 덮인 산을 10시간 가까이 오르고 내리고 반복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눈 덮인 산을 아이젠과 스틱에 의지해 미끄러지는 눈 위에 한발 한발 내디딜 때는 지금 내가 눈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포근한 잔디밭 위라고 얼마나 되뇌었던가!

1175봉 근처에 있는 암벽 구간에서 로프에 의지해 절벽 아래를 보았을 때는 까마득한 절벽과 허공만이 눈앞에 보였다. 로프를 잡은 손에 힘이 풀릴 때쯤, "아래를 보지 말고 위를 봐, 다른 곳을 보지 말고 나만 봐" 하며 손을 내밀던 종주 대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암벽을 넘고 나서부터는 앞사람이 지나가 생긴 발자국을 따라 걷게 되었을 때, 눈길을 걷는 방법은 앞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을 따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차가운 눈 덮인 산에서 함께한 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운 사람들과 함께한 이번 산행은 앞으로도 또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목표와 올 한해를 뜻있게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