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은 지난 26일 이른 새벽 창원에서 출발해 경북 봉화군 도래기재∼오전약수까지 7.76㎞(접속구간 포함) 구간 종주를 마쳤다. 신묘년 첫 대간 산행이 춘삼월로 늦어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과 AI(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이었다. 차량은 물론 사람의 통행까지 차단하는 국가적 비상 상황을 고려해 산행을 미룬 것이었다.
올 첫 산행이자 지난해 12월 18일 경북 김천 우두령∼석교산∼삼도봉(13.09㎞) 구간 산행 후 3개월이 지난 탓인지 종주대원을 비롯해 70명의 종주팀은 출발 전부터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이 차창으로 스며들고 아직 겨울옷을 벗지 않은 산과 들이 다른 나라에 온듯한 착각 속에 빠져들 무렵 산행 들머리인 도래기재(750m)에 도착했다. 도래기재는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와 우구치리를 잇는 고갯길로 대간꾼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봄이 와도 봄을 느끼지 못한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종주팀은 눈길 산행을 대비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느라 분주했다. 4월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춘삼월에 설산(雪山) 산행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했지만 평소 눈 구경이 쉽지 않은 창원 사람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고갯마루 서쪽 눈 덮인 나무 계단을 따라 구간 최고봉인 옥돌봉(1242m)까지 2.68㎞는 가파른 오르막의 연속이다.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됐다. 얼마 가지 않아 진달래 터널 팻말이 있는 곳을 지났다. 보름 정도만 뒤에 왔어도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가 우리를 반겼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나뭇가지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꽃으로 달랬다. 출발지에서 1055봉까지 오르막이 계속되고 봉우리를 지나면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졌다.
능선길은 빽빽이 늘어선 아름드리 신갈나무와 틈틈이 멋스럽게 자태를 뽐낸 노송이 인상적이었다. 조선시대 궁궐을 지을 때 사용한 소나무가 바로 이곳에서 자생하는 '춘향목'이다. 최고의 소나무로 인정받은 탓에 일제의 수탈 대상이 된 바로 그 수종이다. 자연 생태를 잘 간직한 울창한 숲 탓에 산 아래 조망은 시원하지 않았지만 저 멀리 구룡산과 태백산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왔다.
눈바람에 차갑게 시린 볼을 어루만지며 가쁜 숨을 가다듬은 종주팀의 눈에 550년생 철쭉 표지판이 들어왔다. 울타리와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냥 눈 덮인 고목쯤으로 생각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50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꽃을 피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기념촬영으로 대신하고 구간 최고봉인 옥돌봉에 올랐다. 산행 시작 1시간 40분 만에 1242m 옥돌봉 정상 표지석 앞에 도착했다. 옥돌봉은 단군 환인이 천지를 순회하다 이곳에 이르렀는데 단군이 앉은 자리에 돌이 솟은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종주팀은 올해 첫 산행인 만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시산제를 지냈다. 박재석 팀장을 비롯해 종주대원이 지게 등짐으로 만들어 번갈아 가며 시산제 음식과 S&T중공업에서 생산하는 K2 전차용 1500마력 자동 변속기 모형을 날랐다. 이번 시산제는 한 해 동안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자강, 자주, 애국의 '기술보국(技術報國)' 정신으로 K2 전차용 1500마력 자동 변속기를 비롯한 국산무기 개발의 성공을 염원하는 기원을 담았다.
S&T중공업 홍기봉 부사장이 기원문을 낭독하는 동안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의 소원과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 간곡히 기원하나이다'를 되뇌었다. 아울러 지난해 같은 날 벌어진 천안함 피격 1주년을 맞아 47인의 희생 영웅을 추모하는 묵념도 이어졌다. 또한, 히말라야 등반 도전 중 실종한 동료 산악인 수색과 수습을 위해 마나슬루 원정대로 지난 3월 17일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한 백두대간 종주대원 김덕신 대원의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 시산제를 마친 종주팀은 제물로 올려진 대형 문어를 즉석에서 썰어 나눠 먹으면서 춘삼월 설산(雪山) 별미를 만끽했다. 정상에서 단체기념 촬영을 끝으로 1시간 20분간의 시간을 보내고 주실령 삼거리로 내려섰다. 이곳에서 박달령까지는 3.08㎞로 계속되는 내리막 눈길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와서 작은 봉우리를 한두 개 넘어서야 한다. 어림잡아 1시간 남짓이면 박달봉(1009m)에 내려서게 된다.
'백두대간 박달령' 표지석 인근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종주팀은 이번 구간 종착지인 오전약수로 발길을 재촉했다. 박달령에서 오전약수까지 2㎞는 접속구간으로 4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산행 7시간 만에 목적지인 봉화군 물야면 오전약수에 도착했다. 탄산수 맛을 지닌 오전약수 한 모금으로 산행의 피로를 씻어냈다. 이번 산행은 거리에 비해서 산행시간이 비교적 많이 걸렸지만 어느 봄날 먼 나라로 이색 겨울산행을 다녀온 것으로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동행의 의미 깨달은 감동 산행"
S&T저축은행 권영화
'시작'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에 대한 설렘 그리고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의 양면을 가진 단어입니다.
수신업무로 팀을 옮겨 일을 배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두대간 대장정의 새해 첫 산행의 공문을 받아들고 전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백두대간 종주팀의 첫 산행에 행여나 제가 누가 되진 않을까 불편함을 끼치진 않을까. 하지만, 전 백두대간 종주팀의 아름다운 산행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시작에 채찍질할 수 있는 저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고, 무엇보다 늘 마음속으로 응원했던 백두대간 도전에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얗게 눈으로 덮인 도래기재는 저의 안이함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서 점점 가빠지는 숨과 두 뺨을 시리게 만들던 바람이 결코 저에겐 쉽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휘청거리는 제가 안쓰러운지 무거운 제 배낭을 선뜻 대신해 주셨던 저희 S&T가족. 큰 소리로 응원해 주시는 것에 힘을 내어 뚜벅뚜벅 올라 만난 550년의 세월의 무게를 견뎌온 철쭉나무 앞에서 전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가슴 벅찬 감동은 앞으로 제 인생의 고개를 넘을 때 다시 더 크게 오르는 힘이 될 것입니다.
동행의 의미를 알게 하는 가슴 따뜻함을, 그리고 빠름을 추구하는 산행보다는 조금은 늦을지라도 밀어주고 끌어주는 화합의 힘을 비롯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왔습니다. 늘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슴 뜨거운 열정을 가르쳐준 종주팀 대원분들께 가슴깊이 감사드립니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대자연서 나를 되돌아본 계기"
S&T중공업 정영철
백두대간 종주 산행 며칠 전 눈이 왔다는 일기예보에 아이젠, 스패츠 등을 챙겨놓고 내심 걱정을 했다. 오전 7시 30분께 경북 봉화에 도착하여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종주대장의 안전 지침을 듣고 산행을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눈이 쌓인 산을 보니 과연 잘 오를 수 있을까? 또다시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왔다. 일단 여기까지 와서 더 이상 물러설 수도 없고 한번 해보자는 오기와 강한 행동본능이 발동하였다.
무릎까지 눈에 푹푹 빠지는 힘든 산행이지만 자연이 아니면 절대 보여 줄 수 없는 아름다움인 것 같았다. 아직 나뭇가지 사이의 눈꽃과 그사이로 봄이 왔다는 신호를 알리는 550년생 철쭉나무는 이름 만큼이나 기품이 묻어나는 것 같다.
산신제를 지내려고 내 한 몸 오르기도 버거운 산행을 종주대원은 40㎏ 이상이나 되는 무거운 짐을 지게에 지고 올라왔다. 옥돌봉에 도착하여 백두대간 종주의 무사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내고 천안함 희생자 1주기 추모묵념을 했다. 산을 오를 때 땀도 나고 힘도 들었지만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니까 정말 상쾌한 기분이 나를 한껏 기쁘게 했다.
이 세상은 어느 누군가의 솔선수범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나는 대자연을 바라보면서 나를 위해 내 주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손수 지게 등짐을 지고 하산하는 모습과 행동에 감동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