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에 젖고 비에 젖어도 '포기는 없다'

-랜턴 불빛 의존 새벽 산행 '한 여름밤의 추억'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도전 계속

<백두대간 대장정>제34구간 버리미기재∼악휘봉∼은티마을(11.48㎞)

S&T그룹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S&T중공업 대표이사·이하 종주팀)은 지난 23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칠성면을 잇는 922번 지방도 버리미기재(해발 480m)에서 출발해 충북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까지 11.48㎞(접속구간 2㎞ 포함)를 다녀왔다.

지난 6월 11일에 이어 6주 만에 진행된 이날 34차 산행은 평소와는 달리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에 시작됐다. 32명의 종주 대원을 싣고 오전 1시 창원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전 4시 어둠이 짙게 깔린 버리미기재에 도착했다. 종주팀은 야간 산행에 필요한 랜턴을 준비하고 구간 최고봉인 장성봉(915.3m)으로 향했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랜턴 불빛과 앞선 동료를 의지한 채 묵묵히 올랐다. 혼자서 맞는 어둠은 두려움이 따르지만 믿음으로 뭉쳐진 동료가 곁에 있다면 '특별한 시간'이 된다는 마음으로 나아갔다.

평소 같으면 '얼마쯤 올랐을까?' 하는 궁금한 마음에 잠시 쉬면서 주위를 살펴볼 텐데 어둠은 이런 여유조차 모두 삼켜버렸다. 대신 습한 날씨 때문에 이마와 등줄기엔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출발지에서 구간 최고봉인 장성봉까지는 약 2㎞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길이 계속된다. 숨을 여러 차례 헐떡이며 앞으로 나아간 지 1시간 남짓 지났을 무렵 드디어 장성봉에 올랐다. 날씨만 좋았다면 북쪽으로 구왕봉과 희양산, 동쪽으로 애기암봉이 눈 아래로 펼쳐질 텐데 하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늘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오전 5시가 넘어서자 조금씩 앞이 보였다. 랜턴을 배낭에 챙겨 넣고 30분 남짓 발걸음을 옮기자 막장봉(887m) 갈림길이 나왔다. 여기서 30여 분 더 대간 마루금을 따라 나아가다가 827봉 부근서 종주팀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평소보다 이른 아침상을 차렸다.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을 무렵 한 대원이 동료를 위해 준비했다며 전어회를 펼쳐놓았다. 중복을 하루 앞둔 이른 새벽 백두대간 800 고지에서 전어회를 만나다니, 아니 전날 얼음 포장까지 한 전어회를 이곳까지 지고 온 대원의 동료애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오전 6시에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전어회를 먹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809봉과 787봉 등 이름 모를 봉우리를 여러 차례 넘고 넘어 종주팀은 악휘봉 삼거리에 다다랐다. 악휘봉(845m)은 대간 마루금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20∼30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지척 거리에 있는 만큼 발품을 팔아도 후회가 없다. 악휘봉 아래 입석 바위와 소나무의 조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쾌청한 날씨였으면 거대한 암릉과 노송의 어우러짐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절경이지만 종주팀은 아쉽게도 정상에 오른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악휘봉에서 내려오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졌다. 은치재로 내려서려면 가파른 철 계단을 통과해야 하는 데 빗줄기는 좀처럼 그칠 줄 몰랐다.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종주팀의 신조에 따라 모두 긴장된 모습이었다. 여름 산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은 탓에 온몸으로 빗줄기를 맞았다. 만약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이 닥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철 계단에서 은치재까지 2㎞ 구간은 암릉과 암반이 많은 지역이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등산객을 위해 곳곳에 설치된 로프 가운데 상당수가 낡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1시간 남짓 계속된 하산길에 온몸은 땀과 비로 젖어버렸다. 드디어 이번 대간 산행의 종점인 은치재(540m)로 내려섰다. 종주팀은 마지막 대원까지 합류한 후에 은티마을로 향했다. 은치재에서 마을로 향하는 하산길은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4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인삼밭과 사과밭을 지나 마을 어귀 대간꾼의 쉼터에서 하산주와 함께 땀에 젖고 비에 젖고도 포기하지 않은 S&T 백두대간 종주팀의 정신을 나누었다. /임용일 기자 yiim@idomin.com

<나의 백두대간 도전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

S&T중공업 임재복

회사에 집결한 S&T백두대간 종주팀 33명은 새벽1시에 출발해 어둠을 헤치고 충북 괴산 버리미기재에 다달았다. 새벽4시 여느때와는 달리 더운 날씨관계로 일찍 산행을 시작했다. 장성봉까지 2km 구간을 오르는대 이마에 부착한  렌턴하나에 의지한채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에 좋은 공기를 마시고 풀잎에 쌓인 이슬에 얼굴을 적시며 산을 오르니 오르막 경사길도, 무더운 날씨도, 무거운 발걸음도 잊어버린채 한결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다. 하지만 어둠과 운무에 가려 주변경관을 제대로 관망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장성봉을 지나 악휘봉을 향하는 중간지점에서 이른 아침을 펼쳤다. 김밥에 별도로 준비해온 전어회와 각종 음식들로 나눠들 먹고나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암봉구간인 악휘봉 정상에 도착하니 비가 한방울씩 떨어지더니 금새 굵은 빗줄기로 바뀌어 하산길 발걸음을 바쁘게 하였다.

올해로 직장생활 정년이다. S&T백두대간 종주팀에 가입하여 끝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같이 하였으면 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S&T백두대간 종주팀이 매출 1조원 달성과 함께 지리산 천왕봉에 깃발을 꼽는 그날은 개인적으로나마 꼭 참석하리라 마음 먹어 본다.

무엇보다 종주팀에 합류하면서 사장님을 비롯한 사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좋은 추억들을 간직할 수 있었다. We can do it! 구호만 들어도 이제는 자신감이 생기고 신념이 생긴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원들이 백두대간 대장정에 참가하여 좋은 추억과 건강한 생활을 함께 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