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중공업 백두대간 대장정] 제35구간 사다리재∼희양산∼은티재(10.29㎞)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에 있는 지역이다. S&T 백두대간 종주팀 35명과 함께했다. 사다리재에서 은티재까지는 10.29㎞지만 접속구간까지 합하면 14.97㎞다. 이는 지도상의 수치에 불과할 뿐 험한 지역이라 심리적으로는 훨씬 긴 거리다.

이번 산행은 롤러코스터에 빗댈 수 있겠다. 완만하게 오르다가도 뚝 떨어지고 다시 급경사를 이뤄 죽을힘으로 올라야 하고 그러다 또 완만해지고….

◇롤러코스터를 타다 = 오전 8시 15분, 충북 괴산군 연풍면 안말에서 길을 잡아 계곡을 따라 오른다. 물소리가 청아하다. 구름이 드리워져 산행하기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10분쯤 지났을까 헉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내 몸에서만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등산고수라는 대간꾼들도 거친 숨을 내쉰다. 사다리재까지 접속구간 2.5㎞가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었지만, 헛말이 아니었다.

숲은 여전히 매미 비명으로 가득하다. 아직 가을이 아님을 온몸으로 우기고 있다. 이놈들이 떠나는 여름을 아쉬워 한탄한다 생각하면 안타깝게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다. 카세트테이프를 돌리고 또 돌려서 듣는 노래처럼 지겹다. 아니 괴롭기까지 하다.

중간에 잠시 숨을 돌린다. 몸과 맘을 가다듬고 다시 발길을 재촉해 9시 20분께 백두대간 사다리재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이만봉으로 가는 길은 아주 완만하다. 작두처럼 날카롭지만 능선을 따라가는 구간이라 바람도 시원하고 시야도 시원하다. 바람이 구름과 함께 신선이 된 듯한 느낌도 실어왔다. 이것도 잠시, 강 도사, 이 도사, 박 도사가 속세의 야사시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착각은 깨지고 만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힘든 구간에서 빛을 발한다. 그때 이들 이야기는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마취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0시께 이만봉에 도착한다. 완만한 길을 와서 그런지 봉우리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해발고도 989m, 이름처럼 이만하면 봉우리로 충분히 인정. 다시 길을 이어간다. 시루봉 갈림길까지는 약 1시간 거리지만 역시 완만한 내리막이라 부담 없다. 그래도 앞쪽으로 가끔 보이는 희양산과 시루봉의 높이를 짐작해보면서 마음은 '더 내려가면 안 되는데 올라갈 때 힘들 텐데 '하며 제동을 건다. 배넘이평전에서 다시 오르막은 시작되고 곧 시루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전진한다. 이 고개를 넘어서면 곧 희양산성터다. 도착시각 12시 10분. 1000여 년 전 후백제와 신라가 전쟁을 했던 곳이지만 이날은 종주팀의 점심 장소다. 싸온 도시락을 바위 위에 펼치고 전시에 밥 먹듯 해치운다.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동료들이 건네준 김치를 무의식 중에 밥보다 더 많이 먹은 듯하다.

이제 앞에 버티고 선 경사구간을 오르면 롤러코스터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희양산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힘들다. 이젠 후회가 밀려온다. 약 2년 전, 백두대간 종주를 전담 취재하고 있는 임용일 선배 대타로 강원도 갈전곡봉 종주 취재를 갔다. 그날 저질 체력을 여실히 확인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는 것일까. '내가 미쳤다고 이 고생을 또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는 절박한 후회…. 마침 내려오던 다른 팀 종주꾼들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격려가 귀에 쏙 들어온다. 다시 채찍질한다.

◇감동의 희양산 조망 = 오후 1시 10분께 희양산 도착. 암봉에서 바라본 탁 트인 풍경, 눈 둘 곳을 모르겠다. 보이는 곳 모두가 비경이다. 아! 비명 같은 감탄 외에 할 말이 없다. 발 아래 쫙 펼쳐진 산들,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이렇게 시원할 수가. 열 개의 손가락이 다 필요 없겠다. 한두 개면 넉넉하다. 내 경험 속의 아름다운 산 상위에 자신 있게 꼽는다.

정확히 말해 조망이 좋은 이곳은 희양산 정상(998m)이 아니라 갈림길 부근이다. 정상은 왼쪽으로 15분 거리에 떨어져 있다. 봉암사 특별관리 구역으로 통제되는 곳이라 기회가 좋아야만 갈 수 있다. 하늘은 그 기회를 종주팀에 선물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상에서의 기록은 남길 수 있었다.

되돌아와 희양산 갈림길에서 마루금은 북서쪽에 가까운 암벽 지역으로 내려선다. 롤러코스터의 수직낙하 구간이다. 어림잡아 70m를 여러 개의 밧줄을 바꿔 잡고 내려가야 한다. 여성이나 노약자는 정말 쉽지 않겠다. 노련한 산악인이라도 잠시 긴장을 늦춘다면 위험하다. 희양산의 절경을 감상하는라 또 이곳 교행구간에서 다른 등산객들에게 길을 양보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이탓에 지름티재에 다다랐을 땐 예상보다 1시간이 더 지나버렸다. 여기서 구왕봉(879m)까지도 급경사 지역, 두 손을 함께 사용해 거의 기어올라야만 한다. 그래도 틈틈이 전망바위가 있고 또 이곳만 오르면 큰 고비는 다 지난다는 최면을 걸어가며 간신히 버텼다.

◇땀의 가치 느낀 산행 = 오후 3시 40분께 구왕봉 도착. 남은 음식과 음료로 허기와 갈증을 간단히 다스리고 주치봉(689m)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미 힘든 지형에 익숙해진 터라 이 구간은 어렵지 않다. 가뿐히 주치봉을 넘어 은티재에 이를 수 있다. 은티재에서 오른쪽으로 90도 방향을 틀어 4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종착점인 은티마을에 도착한다. 오후 5시 30분, 이곳에서 이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산행구간을 정리하자면 '못 말리는 구간'이라 하고 싶다. 산행 내내 땀에 젖어 옷이 마를 겨를이 없었던 곳. 또는 이 아름다운 경치를 알고 있다면 위험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산행하려는 사람들을 절대로 말릴 수 없는 곳이다.

힘들기만 하다면 누가 산에 오르려 하겠는가. 그만한 보람과 보답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종주는 힘들었지만 그 땀 이상의 가치를 느낀 산행이었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바위산 직벽을 타는 희열을 맛보다"  
                                                                                                                S&Tc 송영길

백두대간 기백은 씩씩하게 함성을 시작으로 출발이다. 첫발은 이끼 낀 미끄러운 너들돌을 밝고 지났으며 나무 잎사귀로 하늘을 뒤덮은 숲속은 빛이 닿지 않은채 조용했다. 서두름 없이 올라야 내 나름의 산행을 할 수 있는데 가파른 돌밭길을 동료의 행보를 같이 맞추려니 헉헉거리는 숨을 내 쉬어야 했다.

사다리재를 지나 저만치 서있는 희양산. 정말 미끄럼을 탈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바위산이었다. 하얀색의 환상적인 바위에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덧 희양산 봉우리에 도착하니 멀리서 보던 바위와는 다르게 아찔한 현기증이 나는 깎아지르는 절벽이 눈앞에 나타났고 멀리 또 다른 푸른 산들이 펼쳐졌다. 동네 뒷산만 오르다 백두대간을 걸으니 허벅지에 문제가 생겼다. 김현우 의료담당의 치료를 받고 한결 나아졌다.

뒤돌아 희양산의 뒤편을 보니 하얀 돌산에 소나무가 점점이 그림을 그려 놓아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그림 같은 배경을 추억으로 간직할 좋은 곳에 사진 찍는 소리가 연발이었다. 희양산을 뒤돌아 은티재를 향한 내리막 구간은 암벽 높이가 만만치 않은 급경사의 직벽을 밧줄을 타고 내려와야 했다. 한 사람씩 내려와야 하는 아찔한 암벽길이라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다. 접속구간으로 내려올 때 사과밭을 지나면서 빨갛게 탐스러운 사과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웃는 얼굴을 보며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다음 백두대간 산행에 참가하여 S&T 동료와 힘찬 구호를 함께 외치고 싶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웅장함과 동료에 고마움 느껴"   
                                                                                                    S&T중공업 최창민

 저는 지난 7월 10일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안정된 생활만큼이나 제 몸무게도 7㎏이나 늘어 나태해진 몸을 단련시키고자 이번 산행에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살 빼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입은 땀복과 이것저것 너무 많이 준비한 배낭의 무게 때문에 사다리재로 통하는 오르막길에서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노련한 백두대간 종주팀의 도움으로 무사히 오르막길을 지나 능선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희양산 정상에는 바위 낭떠러지들이 하얗게 드러나 있었고 고된 산행길을 보상이나 해주듯 희양산 정상에서 보는 경치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할 정도로 일품이었습니다. 산이 주는 경이로움보다는 땀 흘린 후 마시는 맥주의 청량감과 함께 등산하는 동료들과의 어울림이 즐거워 산행에 늘 참가하였지만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의 웅장함과 함께 등산하는 동료들의 고마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산행이었습니다. S&T중공업 백두대간 대장정의 시작은 함께하지 못했으나 대장정의 마지막은 꼭 참석해서 S&T 가족들과 함께 산행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